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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손톱질을 하며

화석 연료의 폭발적인 힘을 이용한 엔진톱을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무동력 톱으로 나무를 썬다
순전히 근육의 힘으로 톱을 밀고 당기며 무수한 반복 운동으로 썰어간다
엔진톱의 광기 같은 소음에 비하면 이 손톱의 쓱싹거리는 소리는 단조롭지만 음악이다 강한 쇠붙이가 나무의 몸통을 파고드는 마찰음과 얇은 톱이 오가며 내는 묘한 진동음이 싫지 않다
이 음악은 심장의 박동과 화음을 이루고 온 몸의 정기로 생산하는 몸의 음악이고 율동이다
이 숨 차고 느릿느릿한 톱질의 비능률은  엔진톱의 가공할만한 효율성을 체감한 학습 효과에 의한 것이다
예전의 선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비능률로 상대적 인식을 하지 않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는 양쪽을 오가며 모두 긍정을 한다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그리고 가치관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할 문제인 것이다
다만 효율이나 능률만으로 평가할 것은 아닌 것이다

톱질을 하면서 일상선을, 사유하는 삶을, 그리고 비능률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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