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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불쌀개

뒷뜰 작은 문을 열기만 하면 산이라 불쌀개(불쏘시개)를 구하러 간다
온갖 낙엽들이 바닥에 뒤엉켜 있고 툭툭 추락한 가지들이 널려있다
이맘 때는 산이 더욱 어수선한 것이 나무들이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참나무며  소나무들이 벗어놓은 잎들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푸석거리며 부서진다

그제부터 난로를 피웠는데 불쌀개를 마련해 놓지 않아 불편했다 비가 내려 며칠을 기다리다 나선 것이다 하찮은 일 같지만 불을 지필 때도 요령이 있는 법이라  조금의 경험만 있어도 쉬운 일이다
난로의 제일 밑바닥에 깔비(마른 소나무잎) 한 줌, 그 위에 삭정이 한두 줌을 얹고, 그 위에 장작을 올리면 불이 쉽게 붙는다

삭정이를 부러뜨린다 얼마나 말랐는지 부러지는 소리가 청아하다 바싹 마른 것일수록 그렇다 덜 마른 것은 아직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솔가지들을 한두 뼘 크기로 톡톡 부러뜨려 모으다 보니 문득 내가 초동(樵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하는 아이란 뜻인데 이 일이 마냥 즐거운 놀이이기 때문이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부담이 없고 힘들지 않은 여유로운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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