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울타리 너머

주택의 울타리 바깥을 손질한다
손에는 두터운 장갑을 끼고 톱과 낫을 들고 발은 장화를 신고 일을
한도
겨울이 되어야 무성한 풀들이 죽고 짉덩굴도 잎이 떨어져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찔레나무는 여전히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다
팔로 주택을 감싸안은듯한 남서쪽 언덕은 여러 잡목들이 자라서 햇빛을 가리고 주택의 뒷쪽인 서북쪽은 대나무가 울타리 쪽으로 근접해서 자라니 갑갑하다

산골에서 살아가는 일은 내 주택 공간만이 아니라 외부의 공간들까지 손이 미쳐야 한다
도시의 아파트나 주택과는 달리 내 소유가 아닌 산자락이나 비경작지까지도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라면 경계가 확실하고 성가신 잡풀들이 기승을 부릴 공간 자체가 없지만 이곳은 묵힌 땅이 많아서 가만 두었다가는 칡덩굴 등이 주택 안으로 침범하기도 하고 길을 막기도 하고 나무가 높이 자라서 햇빛을 가로막기도 한다

버려진 땅은 아니지만 주인이 멀리 살아서 손이 미치지 않는 경우이고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라 분쟁의 소지도 없다
아무리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집 주위까지 손이 미쳐야 하니 손발이 수고를 많이 해야 하지만 이웃간의 분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웃 지옥의 경우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만 하다
전원생활은 수고한만큼 정신적 보상이 따른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한 시간의 여유  (0) 2024.01.09
난롯가에서  (1) 2024.01.08
대숲에서  (0) 2023.12.19
불쌀개  (0) 2023.11.19
이중창 공사  (0)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