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 담화

동행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함정처럼 툭 튀어나와 한 사람의 발걸음을 막는다
징조가 어찌 없었으리오만 설마설마하며 괘념치 않은 것이 돌이킬 수없는 화를 불러온 것이다
매우 불길한 진단을 받아들일 시간적 여유도 없이 가혹한 운명에 맨 몸으로 끌려간다

며칠 사이에 눈가에 그늘이 깊어지고 어둡고 쓸쓸한 그림자가 일거수일투족마다 배어나온다
일상이 이리도 쉽게 허물어지는 것인지 몰랐다

그 길의 끝이 어디일지 언제일지 몰라 엄습해 오는 불안과 공포는 혼자서 지새울 긴 밤들을 늘릴 것이다

그의 축 늘어진 어깨를 받치며 잠시 동행이 되어본다
걸림돌들이 매복하고 있는 사나운 길을 함께 걷는다 내 발걸음도 뒤뚱거리지만 길은 여전히 사납고 돌맹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랑방 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강암에 계류가 흐르고  (1) 2023.12.19
덤벨을 들다가  (0) 2023.12.18
총무원장 스님의 입적  (0) 2023.11.30
루치아가 교구장님의 축복장을 받으며  (0) 2023.11.26
친구들을 초대하며  (0)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