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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화강암에 계류가 흐르고

친구의 선물을 받는다
천연석 화강암 상판인데 식탁용이다
수묵화 한 점이라고 해도 좋겠다
돌 안에 있는 무늬가 매우 동적이라 마치 물이 흐르는 형상을 띄고 있다
하나의 돌 안에도 이렇게 다양한 색과 문양이 섞여서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상상하는 즐거움을 매번 누릴 수 있으니 즐겁다 상상은 우리의 의식을 확장하고 상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돌판 안에 계류가 흐르고 있다 여기는 평탄하여 물이 잔잔히 흐르고 여기는 골이 져서 물살이 급하게 흐르는구나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상상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화강암(1800×750×20, 73kg)

돌은 하나이면서 여럿이 모인 복합체다 하나가 여럿을 품고 여럿이 모여 하나의 단일체를 이룬다 단일체라고 해서 성분이 균일하지 않다 하나 안에 포함한 다양성을 인간의 감각으로 향유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인공적 기술과 정성이다

원산지가 동남아나 인도 어디일 것 같은데 채석장의 굉음과 먼 이국으로 수송되는 과정 등을 추적해 보기도 하며 인연론으로까지 확장해 보기도 한다
어느 석가공 공장에서 거대한 톱이 원석을  자르며 살수되는 희뿌연 물줄기와 굉음,  연마하는 석공의 정성과 기술력, 친구와의  해후와 지붕 수리 등을 생각해 보면 우연과 인연의 끈이 오묘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석재 가공업을 했던 친구가 부산의 공장 주문하고 직접  가공한 것을 직접 차에 싣고 왔다
시장 사람들은 얼마주고 샀느냐를 제일 먼저 묻지만 나는 그런 말을 꺼린다 돈이 개입되지 못하는 부분, 즉 시장 논리를 벗어난 부분들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거실까지 옮기는데
혹시 나르면서 손을 놓쳐 파손될까봐 얼마나 조심하는지........
파손하면 얼마짜리 물건을 다시 구입하면 되는게 아니라 그간의 모든 과정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그런 모든 과정들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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