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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품바 타령

 

 

                품바 타령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품바가 군민축제 품바공연장을 찾아왔네.

 

 

 

‘ 너는 잘난 놈, 나는 못난 놈’이란 이분 프레임으로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던 품바가 돌연 벌떡 일어나

우월의 성을 탈출하라고, 마음의 빗장을 풀라고 한다.

모든 건 팔자 소관이라며, 공수래 공수거라며

절규하는 한풀이와 싸구려 웃음이 교차할 때

그 뒤편에 언뜻 비친 달관자의 미소를 보았는가.

 

 

 

이제 차별의 벽을 허물고 한 패거리가 되자고

까마득한 옛날, 원시 동굴의 공산집단은 아니어도

애환을 공유하던 마을 어귀 다리 밑, 비렁뱅이 시절을 추억하는지.

교만과 위선의 가면을 팽개치고 관습이며 도덕 같은 화장마저 씻고

누드 같은 민낯으로 원초적 본능에 끌리는 대로 놀아 보잔다.

 

 

 

한맺힌 팔자 타령은 감정의 호수에 던져진 돌팔매질이다.

통 통 통 건너며, 눈물의 샘이 물보라를 튕기더니

방향을 돌려 뒤뚱 뒤-뚱 뒤--뚱 병신 걸음으로 건너와

웃음 보자기를 터뜨리는 반전의 미학, 웃음의 파문.

 

 

 

세파에 긁힌 품바의 갈성(葛聲) 재담에

딴청 피듯 비스듬히 바라보던 관객도 X자 빗장을 풀고

핫바지에 방귀 새듯 사라진 넥타이 신사의 빈 자리는 메꾸어지고

육자배기에 병신춤이 흥을 돋군다.

욕지거리에 성 희롱, 음담패설로 질펀해지는 진흙탕

인생의 바닥을 흐르던 하수구, 서서히 풍기는 찌든 내음

 

 

 

 

둥둥둥둥 북이 운다. 딩가딩가 장구가 웃는다

삶의 희노애락이 절절한 즉흥 판소리는 무당의 주문이다

흘러간 대중 가요 가사는 서러움을 달래고 위로하는 진혼곡이다

곪거나 맺힌데를 어루만지는 집단 치유가 절정에 달하자

주름이 깊은 한 할매 코를 팽 풀어 공중에 패대기 치고

모두들 집단 배설을 하고, 쾌감에 온 몸을 부르르 떤다.

 

 

                           2012. 12

 

 

 

내일이 성탄절이다.

이 작은 마을에는 흥겨운 노래도

연말 분위기도 찾아볼 수 없다.

 

눈이 밖으로 행하는 길을 묻지 않았어도

내 오두막에 머물 것이다.

 

고뇌에서 찾은 몇 편의 시가 

 나와 함께 연말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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