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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겨울나무(2)

 

                                                                                              겨울나무(2)

 

“헤드쿼터를 폐쇄한다. 물자 보급로를 일체 차단한다. 모든 병사들을 혁명의 전위대 투사로

최전방 초소에 배치하라. 아웃”

 

병사들은 자궁 속의 태아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다. 머리를 양 무릎 사이에 끼우고 등뼈를

활처럼 휘었다. 찬 기운이 스며들지 못하게 서로를 밀착시키고, 다시 초소의 벽을 오무려,

망상이며 헛바람을 빼낸 후

 

빈 가지에 매달려 북풍한설을 견딘다.

그 틈지기에서 간헐적으로 혁명가가 새어 나왔다.

 

용사들아! 기운이 무르익는 때를 기다려라

그 때 우린 작은 움으로 깨어나리,

우리는 맹열하게 체세포를 분열하여

다시 잎이 되고 새 가지가 되리라.

누구도 닿지 못한 공중의 길을 내리라

그 길이 유토피아로 가는 간선 도로가 되리니.

 

비몽사몽 간에 꿈을 꾼다.

벌레들이 갉은 우듬지 둥근 잎사귀 틈으로 언뜻 드러나는 청정한 하늘이 보인다.

새들이 잔가지를 넘나드는 경쾌한 발놀림과 숱한 지저귐이 어우러지는 동화를 읽는다

나무 그늘 아래서 나무의 전설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꿈에서 본다.

 

      겨울 나무는 혁명을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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