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겨울나무(1)

 

 

 

겨울 나무(1)

 

 

이슬이 내리자 젖은 낙엽들이

삼삼오오 돌 틈에 모여 서로를 껴안고 있다

스산한 바람에 겨울나무는

물고기 가시뼈 같은 잔가지들이 파르르 떨고 있다.

 

며칠 째 빈 뜰을 서성거리다

휑해진 가지 끝에 돋은 움막 안을 기웃거린다.

새끼 토끼의 못 뜬 눈망울 같은

 

풍문으로 들었다.

때가 되었다며

며칠 전부터 곡기를 끊더니

젖을 떼지 못하는 어린 손들을 야멸차게 떼어놓고

한 여름 볕을 쓸어 담던 수족들마저 잘라내고

돌출한 제 눈꺼풀마저 닫고 몸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은 후

 

말없이 움막으로 들어간 이가 있다고

 

어렴풋이 보인다.

텅 빈 침묵의 방

겹겹이 쌓이는 정성과 청정심

견디며 기다리며 영그는 꿈으로

충만하다

 

이제 좌망에 들었다.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품바 타령  (0) 2012.12.24
겨울나무(2)  (0) 2012.12.23
선거 유세장 스케치  (0) 2012.12.21
달배웅  (0) 2012.10.23
태풍 매미  (0) 201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