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1) 이슬이 내리자 젖은 낙엽들이 삼삼오오 돌 틈에 모여 서로를 껴안고 있다 스산한 바람에 겨울나무는 물고기 가시뼈 같은 잔가지들이 파르르 떨고 있다. 며칠 째 빈 뜰을 서성거리다 휑해진 가지 끝에 돋은 움막 안을 기웃거린다. 새끼 토끼의 못 뜬 눈망울 같은 풍문으로 들었다. 때가 되었다며 며칠 전부터 곡기를 끊더니 젖을 떼지 못하는 어린 손들을 야멸차게 떼어놓고 한 여름 볕을 쓸어 담던 수족들마저 잘라내고 돌출한 제 눈꺼풀마저 닫고 몸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은 후 말없이 움막으로 들어간 이가 있다고 어렴풋이 보인다. 텅 빈 침묵의 방 겹겹이 쌓이는 정성과 청정심 견디며 기다리며 영그는 꿈으로 충만하다 이제 좌망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