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인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읽어본다
호랑이가 앉아있는 자세와 표정을 천천히 살펴보자
맹수의 위엄을 드러내는 공격적인 자세가 아니라 편안한 자세로 쉬면서 까치를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듯 하다 덩치만 컸지 온순하고 귀엽고 웃기는 표정이다 까치에게 놀림을 당하는 바보스러운 호랑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백수의 제왕으로 여겼던 호랑이는 액을 막아주는 벽사의 기능을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숱한 액운을 피하기 어려워 새해 벽두에 무탈을 기원했다까치는 새해의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믿음을 주는 길조었다 이 그림 속의 까치와 호랑이는 사람의 평안을 염원한다
또 다른 측면은 강자와 약자를 상징한다는 점이다
백수의 제왕인 강자와 새는 비교도 안되는 우열적 관계다
그런 자연적, 태생적 차이를 넘어서 동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전환을 한다 공존과 화해를 하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까치가 호랑이 곁에 와서 놀자고 보채고 때로는 놀리기도 하지만 호랑이는 응석을 받아주고 함께 놀아준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발상이고 유쾌한 놀이이고 멋진 해학인가?
신분, 권력, 재산, 이념 등의 차이와 차별을 넘어서 대동의 정신으로 화합하는 유토피아의 세계를 꿈꾸는 그림이다
민화는 세화(歲畵) 즉 새해맞이 그림으로써 반상을 막론하고 널리 보급되었는데 액막이를 겸한 장식품이었다 최신 그림일수록 효력이 있다는 믿음은 민화의 생산과 유통을 증가 시켰다
조선시대에 민화는 주술성이라는 수단을 통해 유희를 추구하는 이중적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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