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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나무여 나무여

살아가는 일이 모두 공부다
생각이 깊어지고 집중하게 되면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의 근본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생기게 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경험이 쌓여가며 참구(參究)하면 마침내 큰. 깨달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요즘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 사물이나 노동의 근본을 사유하며 소중한 가치를 배우게 된다 작은 수고를 바침으로써 얻는 지혜의 선물이다

지난 몇 달 동안에 여러 수목들을 전정, 전지했다 감나무,소나무,아로니아와 블루베리, 개나리, 화살나무, 단풍나무, 헛개나무 등을 전정, 전지를 하면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지상에서 하늘로 길을 내며 영겁회귀하는 순례자들!
나무들은 늘 하늘에 닿는 꿈을  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톨의 미소한 씨앗이 왕궁처럼 거대한 세력을 이루며 꿈을 실현해 간다
어두운 밤에도 비바람을 견디는 초인의 의지다
한 생애를 모두 바쳐서 못다 이룬 꿈을 다음 세대에 넘기며 시지푸스의 신화를 재현한다

나무는 위로 상승하려는 기운이 제일 강하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상승하려는  본성과 의지가 모든 체세포에 각인되어 있다
대지에서 하늘로 뻗어나가는 무한한 성장을 추구한다 나무의 강열한 생의 의지이며 니체식 표현으로는 권력 의지다
하늘로부터 받는 은총의 보급
로이자 하늘로 향하는 열망은 우회하지 않는 최단거리의
직선로다


나무는 땅과 하늘이 접화하여 생산한 천지의 자식이다 그래서 양쪽의 속성을 모두 본성에 지니고 있다
나무는 하늘의 메신저요, 대지의 품에서 하늘을 숭배하는 신앙인처럼 경건하다
하늘의 빛과 대지의 양분으로 거대한 몸통과 세력을 확장하는 하나의 작은 우주다

나무는 하늘로 향하는 직선로를 내며 수직 상승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붙박이로 고착한 것이로구나 세계를 횡단하기 위해 끝없이 이동하는 발이 아니라 지반에 고착하려 뿌리를 내리는구나 하늘로 난 허공은 나무들의 길이었구나 창공은 나무들의 길이 되려고, 텅 비워 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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