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입춘이 지나가고 오늘은 눈이 내린다
백설의 옷이 젖고 눈이 퉁퉁 불어 있다
눈물을 털어내지 못해 무거워진 몸이라 곧바로 지상으로 낙하한다
여유가 없다
눈이 낙하산처럼 활개를 펴며 지상에 사뿐히 안착하지 못한다
창공을 딛고 하강하는 걸음과 걸음 사이의 엇박이 없다 입춤의 대가들만이 떼어놓을 수 있는 파격의 미학이 없다
바람에 몸을 맡겨 이리저리 부유하는 자유가 없다 목적의식에 억눌린 여유로움이다
오로지 피할 수 없는 중력에 추락한다
봄으로 가는 경계에서
다급해진 것인가!
입춘의 위력에 압박을 받는 것인가! 눈과 비의 겅겨가 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