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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농산 돌부처

 

농산 돌부처의 미소

 


잘 삭은 광배 한 조각 세월에 보시한

농산 돌부처의 옅은 미소 안쪽을 들추어본다. 


까마득한 선조의 갓난 울음이

진달래 화사한 꽃잎에 물들 때

애기 부처가 방긋 웃었던


까마득한 그의 손자의 운구 행열에

오리나무 너풀거리던 꽃잎이 지고

뒤로 돌아앉아 울었던 청년 부처의 


흔적이 보인다.

업보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의

억만가지 희노애락이 겹겹이 쌓여진 


이제 쇠잔한 미소 바람결에 날린다 



농산리 석불입상은 고향 마을 앞 약 700미터 지점의

보물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인데 문중 선산에 있다.

우리 가문이 이곳에 터를 잡은 때가 15대 조부 대, 500년 전이다

우리 까마득한 조상들의 생멸을 지켜보며

그들의 기도에 담긴 애환을 묵묵히 보고 듣던 돌부처님

 

틈나는대로 나는 돌부처를 바라보고

그는 나의 생을 보고 들으며 빙긋이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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