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쥐 덫에 갇힌 곤줄박이

쥐잡는 틀에 갇힌 것이 쥐새끼인줄 알았는데 곤줄박이 녀석이다
재수없게 함정에 빠진 것이다
공이에 매달린 고구마 조각과 바닥에 유인물로 멸치 몇 마리를 먹으러 왔다가 공이를 건드려 철컥 문이 닫힌 것이다
쥐틀 안에 넣어둔 미끼들이 그대로 인 것을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식욕이 뚝 끊긴 것이다
문을 열어주며 나야 씩 한 번 웃고 말지만 녀석으로서는 아찔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것이다
혼비백산하듯이 함정을 빠져 나가고 자유의 창공으로 날개짓을 한다

새가 날아간 창공을 바라보니 언뜻 스쳐가는 생각이 한 올 있다
내가 큰 함정에 갇힌 것이다
달콤한 욕망의 미끼가 달린 덫이다
자식이라는 함정, 남을 가르치려고 하고, 남이 나를 대접하기를 바라고, 자아도취의 나르시즘에 빠져 있고, 편협한 진영에 갇히고, 고약한 습성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갇혀있는 줄도 모르고 있기도 하다

곤줄박이는 순간적인 해프닝이었지만 나는 만성적인 고질(痼疾)이 아닌가!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꽃은 낙화하고  (0) 2024.04.18
무릎을 어루만지며  (0) 2024.04.18
반려돌 유감  (0) 2024.04.10
지게를 지며  (0) 2024.04.08
퇴비장을 만들며  (0)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