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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소등을 베고 잠든 목동

아이는 소의 등을 베고 잠들고 소는 말없이 기다린다
소는 이미 배 부르고 아이는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 넓은 소의 등을 페고 누웠다 잠이 든 것이다
천진함과 순박함이 주는 평온한 마음이 느껴진다

근처에 미니실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는데 원래의 한자아는 면우실(眠牛室)인데 소가 잠든 형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소는 사냥하지 않는다 큰 덩치에 큰 눈을 껌벅이며 뚜벅뚜벅 걸어도 초원의 풀들은 무한히 많다 순하디순한 대지의 속성을 지닌다
아이는 이미 목동의 역할을 마치고 초원의 넓은 품에서 동반자인 소와 함께 쉬며 평화롭다

지상낙원이다
이 풍경에 관조하면 현실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며 평온에 이르게 한다 잠시나마 해탈로 인도한다
예술은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를 벗어나게 할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해탈로 이끈다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이 떠오른다


이종능 도예가의 작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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