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 담화

노견 명랑이

우리 집 노견 명랑이는 골든리트리버종이다
대구 유기견 보호소에서 분양 받은지 5년이 넘었는데 열살 정도될 것 같다
이름 그대로 명랑한 성격에 사람을 좋아하고 온순하고 먹성이 좋다
처음 이곳에 와서 목줄 문제로 가족 간에 다툼이 있기도 했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 나가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따라가며 짖어서 목줄을 풀어 놓을 수 없었다
안전한 곳에서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훈련법을 몰라서 결국은 목줄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야간에 한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주는 것이 나름의 방책이다

늙은 개 명랑이는 행동은 굼뜨지만 눈치가 빠르다
간식이 제공될 기미를 포착하는 눈치와 목줄을 풀어줄  기미를 알아 차리는 노회한 약삭빠름이 있다
외출에서 돌아올 때 예전과는 달리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눈알만 가동한다
산골의 주택이라 밤마다 쥐가 고양이 간혹 너구리 등의 야생동물이 출몰을 한다 명랑이가 아무리 노견이라지만 제 파수꾼의 본업과 본성은 자제할 수 없어 맹렬히 짖어댄다 고음을 지르다 보니 쉰 소리가 나오기도 하는데 애처롭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다

영리하고 온순하지만 개는 개일 뿐이다
음식 쓰레기를 묻은 퇴비장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남의 집을 무단 침입하고 방뇨하기 일쑤다
'저러다 숨을 안쉬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많아진다
나는 벌써 이벌의 고툥 면여 접종을 하고 있다

사랑하며 산다는 게 행복과 즐거움만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것이나 다름 없다
언젠가 명랑이가 생을 다하면 이 사랑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역발상을 하며 위안할 것이다

'사랑방 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종능 도자기 특별전시회  (0) 2024.04.23
소등을 베고 잠든 목동  (0) 2024.04.23
투표하는 날  (0) 2024.04.10
식탁 재활용  (0) 2024.03.23
서울마라톤을 보며  (1) 202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