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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투표하는 날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날이다
우리 마을 한 영감님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생기가 흐른다 흰 와이셔츠 칼라를 밖으로 빼고 물 묻힌 빗으로 머리 가르마도 탄다 거울에 비친 얼굴에 결연한 표정도 묻어난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는 행차를 한다

나도 다 생각이 있능기라
늙은이라고 허깨비 취급하고 무시하지 말라고
나도 눈과 귀가 있고 머리통으로 옳고 그름을 안단 말이여
이 작자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로 속을 뒤집어 놓고 뻔뻔하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단 말이여
노인이 주제도 모른다고 타박 들을까봐 내 지금까지 꾹 참고 오늘만 기다렸다고
내가 나라 돌아가는 이런저런 일들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터득한 게 있단 말이여
상식과 순리 같은 것이지
내 오늘 진짜 밥값 한 번 할끼다 으음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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