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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고교 동문회에서

우리 면의 고고 동문회에 참석한다 후배의 식당, 차려내는 음식에 정성이 담긴다
동문회에 가면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선배에 대한 깍듯한 존경과 후배에 대한 우애적 포용과 배려, 동기들간의 친밀감을 확인하고 강화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연을 매우 중시한다 그러한 사회적 풍조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곳에 가면 동일 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적인 조건이 바탕에 깔려있다
차이라면 몇 회 졸업생이라는 것이다
나는 대고 6회다 선배님은 몇 회고 후배님은 몇 회라는 기수별 구분이 우선된다
개인마다 지닌 사회적, 경제적 신분이나 지위 등의 차이는 그 다음 문제다 유명 인사도 그 학교의 몇 회로 대표된다

유교적 이념을 교육에서 구현하려 했던 예전의 교육에서 동문 수학은 동일한 스승이나 교육기관 출신은 동류적 인간으로 인식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보통 교육으로 누구에게나 동질적인 교육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다
남명 선생의 문하, 퇴계 선생의 문하와 같은 스승의 독특한 학풍이 있었고 그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훌륭한 스승의 인품을 보고 배우며 바람직한 인간성을 함양한다는 기본적 전제 아래 동문 수학한 사람들과 끌어주고 밀어주는 끈끈한 관계가 되었다
이런 관계가 때로는 인맥이 되어 이기적인 유착적 관계로 작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선배와 후배라는 기수의 질서가 작동한다
전통사회의 상하 수직적 인간관계가 선후배 간의 종적 수직적 관계로 흐르게 된다
우리가 다니던 중고 시절에는 학교에도 군대문화가 영향이 커서 상급생은 마치 고참병처럼 행세해 왔고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상급생에게 군대식 경례를 하는 것이 관습화되었고 안하면 혼을 내거나 폭행을 하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동문회에 가면 그 훈훈하고 정다운 교감과 연대의식으로 술잔이 술술 돌아간다
막판에는 벌떡 일어서서 주먹을 흔들며 교가 제창을 한다
메마른 사막과 같은 현대사회의 오아시스처럼 인간적 충족감으로 목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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