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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대전 현충원에서

이번 어버이날에 장인 어른을 생각하게 된다
장인 어른께서는 육남매를 두셨는데 50대 후반의 아까운 연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막내 아들이 중학생이었으니까 세상을 떠나실 때 어린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에 마음이 미어지셨을 것이다
아버님이라 살갑게 부르며  사위 노릇 한 번 제대로 한 적도 없이 고작 3년이 이승에서의 인연이었다
손주 하나를 낳아서 안겨드린 일 말고는 기쁨을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 죄송하고겸연쩍기만 하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버님은 늘 침착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생활하시고 사람들을 대하셨다
그리고 과묵하셔서 꼭 필요한 말씀만 하셨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온화한 성품으로 큰 소리 한 번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낮고 차분한 음성에 다정함이 담겨있었다 가족을 위한 일에는 당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근검 절약으로 살림을 일구며 여덟 식구들을 거느린 위엄있는 가장이셨다

장인께서는 6.25에 참전하여 발목 관통 총상을 입은 상이 용사이셨다
국군 20사단과 중공군과의 교전에서 부상을 입으셨다 휴전을 한 달 앞두고 강원도 양구 전투에서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였다
그 혜택인지 학교에 기능직으로 근무하시다가 쉰 일곱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으니 당시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참담함이었다

그 모든 자식 뒷바라지를 장모님이 하셨다
어머님은 남편을 잃은 슬픔에 머물 여유도 없이 자식들을 공부 시키기 위해 여러 일들을 억척 같이 해내셨다
편모 슬하에서 자라는 자식들이 바르고 강인하게 성장 시키기 위해 어머니는  때로는 혹독하게 자식들을 대하기도 했다
보훈신문에 장한 어머니로 보도된 적도 있었다

이제 어머니는 몇 달이 지나면 90세가 된다
소화기와 신경계가 민감해 건강한 노후를 보내지 못하지만  자가에서 요양보호사와 이웃들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지내고 계신다

오늘은 대전 현충원 7묘역에 누워 계시는 아버님께 헌화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인다
안타깝지만 어머니는 장거리 여행이 어려워 마음만 동행한다

7묘역 706- 66217
장병현 일병
1953년 양구지역 전투에서 발목 총상을 당하섰다

아버님
저희들 왔습니다
세상을 떠나신지 40년이 지났지만 오십대 후반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막내가 이제 50대가 되어 손자인 윤제가 대학에 입학을 했지요
아버님이 육사 생도로 기억하시는 큰 아들은 이제 세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유명인사가 되어 있답니다 며칠 후에는 ALC라는 국제 행사에서 연설을 할만큼 인정을 받는 인사가 되어 있으니 아버님 가슴이 벅차 오르지요?
어머님께서 오시지 못했지만 6남매들이 몸과 마음을 모아 노후생활에 정성을 다하고 있답니다
천수를 누리시다가 아버님 곁으로 가시면 두 팔 벌려 맞아주시고 영원히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아버님 어머님의 가없는 희생과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자식들을 사랑하신 것처럼 저희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섯 남매들이 서로 소통하고 도우며 우애가 깊은 남매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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