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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천수보살

아로니아 밭에서 잎을 정리한다 열매가 맺힌 위로 솟구친 잔 가지들을 잘라준다
그대로 두면 나무가 엄청 위로 옆으로 자라고 햇볕이 잘 들지 않고 바람도 안 통한다

나뭇잎들이 고분고분 제 잎을  내밀고 가위질을 받는다
무수히 손을 뻗어 햇빛을 끌어오느라 여념없던 잎들이 적의 칼날에 베어지듯 목이 떨어진다
엽록소로 물든 초록의 잎사귀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를 잃은 흙빛으로 변해갈테지만 저항 한 번 하지도 않는다
가지 사이로 빛이 들고 바람이 통하며 열매들이 몸집을 불리며 알차게 익어가고 사파이어처럼 빛이 날 것이다
분신이 되어 본체로부터 분리된다고 해도 시공적으로 초월한듯이.......
아! 천수보살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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