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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뻐꾸기 우는 아침에

이른 아침, 집 근처 낙엽송 우듬지에서 뻐꾸기가 운다 몸집이 산비둘기만 하다
뻐꾸기는 독특한 음색으로 오늘따라 유난히 울음 소리가 크고 잦은 게 암수 간에 긴밀한 일이 있나보다
쌍안경으로 관찰을 해 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재미있다

뻐꾸기는 오월 초.중순에 우리나라에 와서 7,8 월에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철새란다
그런 사실을 모르던 내가 저 새에게 경의로움과 반가움이 솟아난다
멀리서도 왔구나
태평양를 건너서 온 것이더냐? 음 그건 아닐테고 산 위로 날아왔겠지
물어보며 놀라운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얼마나 걸린 여행일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구랑 동행한 것인지, 몇 번째 방문인지, 물어보고 싶다
아프리카발 한국까지의 그 먼 여행은 대체로 3개월이란다
그 3개월 사이에 암수가 새끼를 부화하고 양육하기 위해 둥지를 지을 시간이 없단다
그래서 딱새나 곤줄박이나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새들의 둥지에 더부살이나 아예 침탈을 하며 새끼로 위장하여 양육이 된다고 한다
이런 습성 때문에 뻐꾸기를 기이한 새로 호기심을 발동하거나 때로는 얌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럴만한 이유 하나가 확실해진다 3개월 안에새끼를 부화 시키고 키워서 되돌아가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 있는 것이다


수컷 뻐꾸기 울음 소리가 잦아지는 게 혹시 대리모의 둥지를 드디어 찾아냈다는 신호일까?
뻐꾸기에 대해 한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니 더욱 많은 호기심과 감동과 상상력이 발동한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것은 왜 그 먼 여행을 하는가이란다 다만 추정할 뿐인데 빙하기 당시의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단다

잠 세상 재미있다
뻐꾸기 몸에 이동추적 장치를 달아 베일에 쌓인 의문들을 풀어내는 과학적 기술과 장비와 호기심이 놀랍다

뻐꾸기는 이제 우리나라를 여행하러 온 최고 귀한 손님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온 세계를 떠도는 낭만적인 방랑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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