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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능소화 피고지는 일

간밤에 내린 비와 바람에 능소화 꽃들이 많이 낙하한다
탐스런 꽃송이들이 물기를 머금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다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많은 꽃봉우리를 매달고  있다
밟히지 않게 비로 쓸어 모으며 애석해 하지만 그건 사람의 마음일 뿐이다
비는 멈추지 않고 바람은 짐짓 모르는 체 살랑거리고 눈부신 아침 햇살은 추락한 꽃잎 위에서 뜨겁다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많은 꽃봉우리들이 개화일을 기다리며 가슴이 부풀고 있다
피고지는 일이 별다른 일이냔듯이 나무는 여전히 생기가 넘친다
떨어진 꽃은 퇴색되고 구겨져 이제는 아름다움의 시절을 지나 초연하다
이제는 영광과 환희로부터 멀어지고 잊혀지며 기다림으로 텅 비어가야 한다
호화로운 색을 버리고 매혹적인 향기를 벗어나고 부질없는 몸의 형상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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