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벌에 쏘이며

전지를 하다가 벌에 한 방 쏘인다
전지 트리머로 철거덕거리며 이발사 머리 깍듯이 깡깡나무를 다듬는데 제 일터를 침범했다고 여긴 벌의 공격을 받았다

<이 놈들 성주도 몰라보고 테러를 가하다니......>
심각한 상황을 완화하거나 반전 시키기 위해 즉흥적인 개그를 한다
벌에 쏘이는 일이 흔한 일인데다 한두 방 쏘이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그럴 여유도 있다

도시 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모기나 벌, 여러 독충 등에 예민하다 못해 피해의식까지 가지고 전원생활을 기피하기도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과 같은 논리다
전원생활이 주는 이점에 비하면 찻잔 속의 태풍인데 과민 반응이다
도시의 아파트에는 모기도 쥐도, 파리도, 나방도, 지네도 없지만 각종 새들이 춤추고 노래하지 않고 화목들이 피고지는 대자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벌에게 쏘였다고 벌을 잡아죽이거나 욕하지 않는다 벌은 정당 방위를 한 것이고 나는 침공을 한 건 아니지만 운이 나빴을 뿐이다 사람과 벌 사이의 의사 소통 수단이 없는 터라 벌의 공격은 정당하다
이런 의외적 상황마저 용인할 수 없다면 자연의 품에서 살 자격이 없는 것이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피가 익어가고  (0) 2024.07.19
능소화 꽃은 지고  (0) 2024.07.09
고구마밭에서  (0) 2024.07.05
능소화 피고지는 일  (0) 2024.07.02
능소화  (0)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