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를 뒤집어 놓는다
그래야 고구마 뿌리 열매로 양분이 가서 튼실한 알뿌리를 캘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지인의 도움으로 고구마 성장 억제제를 물에 타서 뿌려주기도 했었다
장마로 신명이 난 고구마 줄기가 활개를 치듯이 줄기의 마디마다 잔뿌리를 내며 밭흙의 품을 갈망한다
새끼 거북이 부화하여 바다로 향하는 절박한 몸부림처럼 하얀 실뿌리들이 흙내음을 맡으며 한 발만 가면 되는데 제동이 걸렸다
뜨거운 볕에 벌러덩 되집힌 채 비닐 위에서 말라버리고 잘 뻗어가던 줄기가 급속히 세력이 약화되고 말 것이다
고구마 줄기에 달린 입자루를 따서 껍질을 벗기면 반찬 자료로 좋기도 한다 그러나 잎자루는 원체 본량이 많아서알뿌리에 비해 사용 가치가 적다는 주인의 판단으로 고행을 치러야 한다
고구마가 원성을 토해낸다
이보시오
이건 알뿌리를 얻기 위해 줄기를 못자라게 하는 학대가 아니오?
내 몸통이 뒤집혀 줄기가 몸살이 나고 현기증이 나서 얼굴이 누렇게 변한 것이 보이지 않소이까
파란 잎을 달고 쾌재를 부르며 뻗어나가던 줄기의 행열에 무슨 심술인 것이오
이제 행열이 멈추어 서고 하얀 잔뿌리들이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어 뜨거운 사막 모래밭에 화상을 입고 말라버리는 이 고통을 외면하냔 말이오
젠장 고구마 농사 잘 짓는 일이 정작 고구마에게는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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