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를 딴다
첫 수확이란 표현은 직업적 생산이란 뉘앙스가 풍겨 그냥 딴다고 한다
거무튀튀한 수염이 꼬들꼬들해지면 껍질 안쪽을 눌러보며 잘 익었는지 살핀 후에 대공에서 아래로 꺾는다
이렇게 신중이 살피는 게 다 그럴만한 경험이 있다 너무 일찍 따니까 익지를 않아 버린 일도 있었고 너무 늦게 따니까 삶아도 단단해 식감이 안좋았던 것이다
툭^ 소리를 내며 내 손에 들어오고 고운 명주 저고리를 대여섯 겹이나 껴 입은 옷을 벗기며 흡족한 미소가 흐르고 촘촘히 박힌 속살을 슬쩍 들추어 보며 한 겹만 남긴다
옥수수 수염을 벗겨내며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의문을 품는다
수염은 무슨 일을 한 것이지? 몸통에 세로로 줄을 쳐놓고서 삼백여 알갱이들을 군인들 열병하듯 줄을 세운 것인가? 분명히 수염이 막중한 역할을 하며 여물었을텐데 ......
자세히 알지 못하니 아쉽구나
옥수수는 놀랍게도 인류의 3대 식량 반열에 든다니 옥수수를 경의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지구촌 곳곳에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옥수수는 구원의 손길이고 생명의 양식이다
우리는 간식으로 많이 이용하여 옥수수의 지대한 공로를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
옥수수 다섯개를 삶는다
방금 삶은 옥수수의 알몸 향기와 연한 살을 맛본다
한 해 전의 종자 씨를 불에 불려 촉을 틔우고 비닐 두둑에 모종삽으로 구멍을 내어 두 알씩 넣으며 토닥토닥 흙을 두드리고, 물을 주고 키가 자라는 것을 바라보며 흡족해 하던 옥수수의 일생에서 절정의 순간과도 같다
나와 무관한 사물이 아니라, 동반자처럼 나와 함께 한 일생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
돈 얼마주고 산 삶은 옥수수와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차이가 많다
똑 같은 밭에서 내가 지은 것이라도 여러 차이가 많다
매년 옥수수를 길러도 늘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들뢰즈의 차연이란 개념이 슬쩍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