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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고독과 스마트폰

바우만(Z. Bauman)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스마트폰이 인간의 숭고한 조건인 고독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이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능한 신적 존재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마큼 스마트폰은 위력적이고 경이로운 첨단 문명의 도구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백설공주 동화에서 마법의 거울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사람을 물어보는데 스마트폰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세계적 미인대회 동영상을 실제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는 역사적 미인들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알려준다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에 대한 이야기들까지도 들려줄 것이다
알라딘의 램프 따위는 스마트폰에 비하면 고물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스마트폰을 손바닥 안에서 집게 손가락의 가벼운 터치만으로 온 세상을 가볼 수 있고 궁금한 것을 알려주며, 모든 물건을 살 수 있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

고독할 틈이 없다
홀로 존재할 시간과 공간이 없다
이 환상적인 마법의 도구가 우리를 외부 세계로 이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 외부 세계의 강렬한 유혹을 손쉽게 이루어준다

고독에 드는 일은 외부의 유혹을 차단하고 진정한 자아와의 대면이 이루어지는 사유의 과정이다
이런 사유는 홀로, 조용히 이루어지는 내면적인 정신 작용이라 외부의 감각적 세계를 차단하거나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고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어 고독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고독을 마치 사회적 부적응이나 따돌림 받는 약자의 심리적 상태인 것처럼 여긴다
고독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숭고한 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예수는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40일 간의 단식과 모든 관계가 단절된 광야에서 스스로 처절한 고독과 절제의 상태에 들어간다
이 처절한 고독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고 이겨내며 성자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자유는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행위다 진정한 자기 결정이 이루어지려면 타인이나 전통적인 관습, 규범 등으로부터 벗어나서 판단하는 유연성과 기동성을 가져야 한다
사회의 일반적 추세와 공통된 가치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자유인은 고독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고독한 상태로 이행해야 한다
고독은 내면으로 가는 길이라 쉽지 않다 이정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내적 성숙과 명상과 같은 정신 훈련이 도움이 될 것이다 글쓰기도 내면적 성찰과 수양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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