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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통영의 밤거리 산책

통영의 해안 밤거리를 산책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여행 기분을 즐기는 일행의 숙소에서 빠져나온다
이 멋진 밤 풍경을 잡담이 꼬리를 무는 술자리와 바꿀 수는 없지
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야경에는 사유를 동반할 수가 없지

동양의 나폴리라 찬사를 받는 이 고장의 밤거리를 내가 직접 감흥을 느껴보아야 이 여행이 더욱 보람있는 것이지
그리고 그런 감흥이 몇 줄의 글과 사진으로 남아서 보존한다면 더욱 좋은 것이지 아암

이런 천혜적인 지리 조건을 가진 통영은 태생적인 축복의 고장이다
다도해, 꾸불꾸불한 해안선이 주는 풍요로움과 천변만화와 아름다움으로 눈동자가 어느 한 쪽에 머무르지 않는다
물과 뭍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풍성함과 교류와 융합의
산생産生이 이루어진다
물길 한 방향을 빼고는 빙 둘러싼 둥그런 만에는 호수 같은 잔잔한 물, 둥근 좌판에 둘러앉은 마을들이다
어항으로도 천하의 명당이다 잔잔한 바다에 풍부한 플랑크톤으로 다양한 어류들과 양식하기에도 좋다
배가 부지런히 드나들며 고기를 잡아 거래가 이루어지니 사람이 모이고 활기를 띤다 다도해의 굴곡진 해안선, 해수면의 잔잔한 수반 위의 무수한 섬이 빚어내는 다양한 풍치가 사람들 정서를 살찌우고 감수성을 기르니 숱한 문화예술인들의 고향이 된다

통영의 밤거리를 밝히는 온갖 조명들이 여행자들을 꾀어 흥분상태로 유도한다
지갑을 열고 가라며 상가의 네온싸인이 사람들 발걸음을 늦추며 욕망의 분출을 유혹한다
가로등, 대교의 장식등, 유람선이나 언덕배기 마을에서 비추는 장식등 하나에도 미항으로 거듭 나려는 고심과 자부심이 배어나온다
통영의 밤은 울긋불긋한 만추의 단풍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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