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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원단의 시간 사유

새해가 시작되며 밝은 태양이 떠 오른다
어떤 이들은 새해의 첫 태양의 빛을 서광으로 받아들이며  새 출발을 다짐하려 일출맞이를 한다
시간을 물리적으로 공간화하는 객관적 시간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려는 가상한 노력이다

그런데 인문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많은 의문이 생겨난다
오늘이 새해의 첫날(원단)이라는데 그러면 지난 해는 헌해란 말인가?
과연 해가 뜨고 지는 것일까?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것이 진리일까? 지구의 협곡에서 바라보는 집단적 착시나 신화적 사고방식은 아닐까?
시간을 공간화하여 일년 열두달, 삼백육십오일로 분할하는 것이 진짜 시간이란 말인가? 시간이 흐르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일반적 의미, 일상적 의미의 시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계기가 생긴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에드문트 후설의 시간에 대한 사상이 도움을 준다
후설의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을 해설하는 자료를 통해 접근해 보니 의외로 소화가 잘 된다
후설은 순수의식에 이르기 위해서는 판단 중지(에포케)를 통해 현상학적 환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상학은 대상에 대한 객관적 태도는 성급하고 부정확하므로 선이해나 선판단을 배제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잠정적 판단 중지를 하라고 한다

후설은 시간의 본질을 인간의 순수의식, 주관적 의식에 현상되는 시간의식에 두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객관적 시간은 본질적 의미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설이 말하는 내적시간의식은 절대적 시간으로서 선경험적이고 초월적인 시간이다
우리의 의식은 늘 무언가를 지향한다 끊임없이 활동을 하는데 그 흐름은 시간성을 가진다
후설의 시간의식의 근본은 파지, 근원 인상, 예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근원 인상이라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현재다 한 점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살아서 지각, 기억, 상상과 같은 작용을 한다 그래서 마음의 근원이고 시간의 근원이고 존재의 근원이 된다

살아있는 현재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압축되어 있다 여기서 현재는 일상적 의미의 현재가 아니라 그 안에 과거와 미래가 함축되어 있다
후설은 시간을 정지해 있으면서 흐름이라고 한다 선험적(내재적) 시간의식은 객관적 시간과 주관적 시간 아래에 있는 의식의 밑바탕에서 흐르는 시간이다 이것은 정지해 있으면서 흐르고 있다 정지와 변화, 불변과 변화가 같이 있다 이것을 후설은 정지해 있으면서 흐르는 현재라고 했다 선험적 시간의식은 절대적 시간이고 정지해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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