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최고수 둘이 결투를 벌이는 살벌한 전투를 관전하고 있다
저러다가 한 쪽의 날카로운 검에 피를 토하고 죽음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전쟁은 실제의 전쟁이 아닌 가상의 전쟁이다
살상 무기 대신 흑백의 조약돌로 바둑판이라는 전쟁터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
인간성의 가장 본질적인 본성과 본능인 삶과 죽음이 오락과 스포츠라는 하나의 문화로 순화되고 상징화되어 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은 제 생명을 보존하려는 근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코나투스라는 개념은 사물이 계속적으로 존재를 유지하고 발전 시키려는 힘이나 의지 등을 말한다
그런 삶에의 의지와 충동을 제한하는 것이 타자와 죽음이다
동물들은 어릴 적부터 타자와 경쟁하고 싸우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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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싸움은 주체와 타자와의 삶과 죽음의 본능이 투영되어 있다
이 전문적으로 양성된 전사들은 천재이자 전쟁의 대리인이다
나는 우리 편 전사를 나와 동일시하며 응원을 한다
초시계가 째깍거리며 전사들의 옥죄고 덩달아 나도 숨을 멈추며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 앉는다
한 수 한 수 놓여질 때마다 관전객들이 탄식과 환호성이 교차한다
이제 전장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곧 승리와 패배의 운명이 단호하게 결정될 것이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의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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