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다머의 미학을 배운다
가다머는 근대의 주관주의 미학에 반기를 드는 반미학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칸트로 대표되는 근대 미학은 예술을 순수한 미의식으로 소외시켜 예술의 고유한 진리를 무력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가다머에 의하면 예술에서의 진리 주장은 존재론적 지평에서 가능하다
예술 작품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관객과의 만남이라는 사건을 통해 완성된다 이것은 일종의 놀이인 것이다 놀이가 구체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때그때마다 놀이하는 사람들에 의해 놀이되어야 한다 예술작품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완성되는 놀이다 그래서 예술작품은 관객의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르게 이해된다

가다머의 예술관을 대하면서 추사의 세한도를 떠올린다
추사 김정희는 자신의 귀양살이의 고독과 울분을 세한도라는 그림 한 점으로 승화한 것이다
이건 천하의 명필이 내놓은 놀이와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된 귀양살이를 단순한 붓선으로그린 창문 한 개의 사각집과 소나무 두 그루와 전나무 두 그루로 묘사하고 있다
과감한 생략과 압축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극적 효과를 높인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화의 사의寫意의 정수를 보여준다
즉 겉으로 표현되는 외적 세계보다 작가의 내면의 정신이 함축되어 있다
제자인 이상적이 청나라 사신으로 가서 구해준 서적들과 고난에 처한 스승에 대한 변치 않는 존경과 우의에 대한 감사를 담고 있는 인간미가 넘치는 작품인 것이다
제자는 이 그림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을까?
다시 청나라에 가서 이 그림을 유명 인사들에게 보여주며 찬시를 받아 붙였다
추사 선생이 시작한 세한도놀이는 송백처럼 모진 겨울에도 꿋꿋한 절조를 가진 제자를 칭송하고 청나라 문인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국보로 승격하고 오래오래 잊히지 않을 정신적 교훈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