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취화선의 마지막 장면을 오래 잊지 못한다
예술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주인공이 스스로 불가마에 투신하는 극적 장면이다
이 영화의 작품성을 높이는 명감독다운 발상이다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신비의 베일로 포장한다
오로지 최상의 작품을 창작하려는 예술가의 혼을 보여준다
여기서 진정한 예술가는 죽음마저도 새로운 창작의 계기로 받아들인다 죽음은 모든 것의 허무한종결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유명한 기인이 있다
BC 4세기 시칠리아 화산에 몸을 던진 명문 귀족 출신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다 아버지는 메톤이었고 조부는 당시 올림픽 우승자로 극한의 의지로 이룬 명예를 고향을 위해 바쳤던 집안 출신이었다 고향 마을의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엘레아학파의 비조인 크세파노스에게 진정한 현자가 아니라고 하였는 진정한 철학은 삶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하여 삶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관성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세속적 삶을 비판한 철학자의 이중적 태도를 가졌다
그는 유식하고 유능한데다 현실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정치 참여를 제안 받았으나 거절한다
그리고 세속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외형적 차림새를 특이하게 하였다
그는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하여 스스로 신화의 주역이 되고 싶어한다
현실에 포박된 경탄(敬歎)이 없는 삶은 천박하고 무의미하다는 그의 특이한 기질적 특성이 드러난다
죽음마저도 허무한 종결이 아니라 신화를 만드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결합한다 생사일여(生死一如)인 것이다
죽음을 불 속으로 투신하는 소멸의 시학으로 해석하는 가스통 바슐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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