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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돗자리를 짜는 영감님

며칠 전, 고향 친구 하나가 골동품을 좋아하냐고 묻길래 수집가는 아니지만 선인들의 손길이 스며있는 유물들을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 집에 있는 돗자리 바디와 가마니 바디 또 몇 가지를 주겠다고 한다
나도 친구가 좋아할 무언가를 만들어 주고 싶다 골동품점에서 돈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라 증여의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돗자리 바디를 검색하다 낡은 사진 한 장을 찾아낸다
아마도 100년도 훨씬 전의 사진으로 보이는데 돗자리를 짜는 영감님과 가르마를 타고 쑥스러운듯한 손자의 모습이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에서 드러나는 행색을 보면 남루하고 초라해 보인다
배경인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날의 시점과 비교하여 빈천한 모습에 동정을 금하지 못한다
"쯔쯧 저 돗자리 한 장을 짜서 고작 얼마를 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는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싶다
노인의 살짝 가려진 얼굴에 드러난 미소에서 일하는 즐거움이 보인다
손자와 가벼운 대화를 하며 능숙한 솜씨를 보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돗자리 한 장을 짜려면 얼마나 많은 수공이 필요할지, 며칠이 걸릴지를 가늠해 보지만 관련 경험이 없어 어설픈 추정을 할 뿐이다
이 돗자리 한 장을 짜서 임자를 만나 솜씨도 인정 받고 톡톡한 댓가를 받으면 가장으로서 얼마나 뿌듯하고 기쁠까
식솔들을 위해 식량을 구하거나 꼭 써야 할 일에 목돈을 보태는 행복감을 지금의 시점이 아니라 당시의 시점에서 그들의 내재적 입장으로 생각해 본다
돈만 있으면 돗자리를 쉽게 구매하는 요즘의 소비자들은 죽었다 깨도 모르는 백여 년 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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