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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낙엽을 쓸며

느티나무와 감나무가 겨울 준비를 하느라 수많은 잎들을 버린다
자신의 지체인 잎을 버림으로써 본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의 철학이고 전략이다
해마다 되풀이 하는 나무의 생명 의식이다 나무 전체가 살기 위해 나무의 일부를 희생 시키는 일종의 의례이기도 하다

바람이 건듯 불자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잎들이 우수수 진다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나무 사이가 텅 비어가며 아직 매달린 감들이 서리를 맞으며 맛을 들인다 바람이 억세지면 허약한 가지들도 부러저 나가며 나무가 몸살을 치를 것이다

낙엽을 대나무 빗자루로 쓴다
대비에 쓸리는 낙엽들이 바스락 거린다
쓸리며 부서지기도 하고 이미 부서진 파편들이 더 잘게 부서지며 공으로 회귀한다

차가운 겨울의 한 복판이 되면 나무는 앙상한 몸으로 찬 바람을 맞으며 견디고 새 봄의 희망을 꿈꾸며 동안거에 들 것이다

낙엽을 쓰는 감회가 새로워진다
그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게 하고 꿈꾸게 한다자연이 세계에 대처하는 존재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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