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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돌담을 쌓으며

이 산골짝에 내버려진 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발이 없어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붙박이 돌들이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한다
오랜 세월 풍상에 분신으로 부서져 비탈 아래로 구르고 구르다
흐르는 물길에 쓸려가기도 하고 지나치는 짐승의 발길에 차이기도 하며 저마다 사연을 가진 돌들이다 빛나고 둥글고 곱고 반듯한 얼굴은 없다  푸석푸석하고 깨지고 금이 간 상처 투성이들.... 사연을 일일이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막돌이라고 부른다
그런 막돌이 오늘 사람의 손에 들려, 육중한 돌은 사람의 허리춤에 안겨 한 곳으로 모이는데......

사람의 손에 들려진지가 얼마만일까, 시간이니 세월을 셈하지 않는 돌은 무심하여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사람 하나 힘을 모으고 숨을 토하며 돌을 모으고는 요리조리 눈길을 주며 생김새를 본다
아무리 구르고 버려진 막돌이었만 이제는 다 쓸모가 있는 법이라며 엷은 미소로 돌을 배치한다
아무리 막돌이라지만 요모조모 살펴보면 낯짝 한 구석은 반듯한 데가 있단 말이여!
그래 반듯한 얼굴은 밖으로 보여 자랑을 해야지
옳아 육중한 덩치는 아래쪽에서 바탕과 기초가 되어야 공동체가 강성할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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