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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친인척 사랑방

어떤 팔순잔치

한복을 입은 누님

집안 누님의 팔순잔치에 초대 받아  마을 사람들, 친구들과 함께 성대한 오찬을 한다
내 옛 집에서 큰 아버지댁  한 집을 건너 아랫쪽에 있는 집안의 누님이다 친정 마을에 정이 깊어 서울 자택 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농산리 예전의 물방앗간터에 지었다 이 집은 우리 옛 집 바로 윗쪽이다
서울에서 거주하시는데 철따라 귀향하여 소일거리로 텃밭도 돌보고 화초를 기르기도 하는데 집 밖의 정원이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고향 마을에 대한 애정과 노후의 삶을 건강하고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부럽고 배울만하다

누님의 집은 지금은 도랑만이 물방앗간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데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한다
예전에 농산 마을은 고숲정 물길에 보를 막아 마을까지 수로인 도랑을 만들어 식수로 사용했고 물방아도 돌렸었다
지금도 선명한 기억 한 올이 떠오른다 설에 떡가래를 뽑으려면 도랑에 물이 철철 흘러야 되는데 얼음이 얼어 물방아가 돌지 못해 모두 태산처럼 걱정을 했는데 누구의 제안인지 이전부터 행해오던 일인지 모르지만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 튼튼한 막대기로 도랑가에 하얗게 얼어붙은 얼음덩이를 깨서 물이 흐르게 했다
마을 공동체의 축제 준비를 위한 이 영웅적 행위의 성과는 가시적이고 드라마틱했었다
얼어붙었던 물레방아틀 겨드랑이에 붙은 얼음까지 깨내고 물레방아 포켓에 도랑물이 차곡차곡 쌓여 힘을 받은 괴물이 삐걱거리며 준비운동을 하고 서서히 돌아가는 장면은 가슴이 터질듯한 뿌듯함으로 환호성이 터졌었다
그런 생생한 추억이 있는 물방앗간 터에 황토벽돌로 2층집을 지었고 지금도 주택 앞으로 도랑물이 콸콸 흐르고 있다 집 앞에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고 그늘 아래 야외벤치를 두어 마을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게 하였다

팔순 잔치에 농산 마을 사람들과 관공서 직원들, 일가친지들이 초대되었는데 읍내의 큰 식당에서 최고급 한우로 성대히 접대를 하고 기념물로 타올 세트를 안겨준다
합창단원들이 축가를 여러 곡 불러 잔치의 품격을 높이기도 한다
울긋불긋 화려한 한복을 차려입은 주인공이 일일이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본인은 잔치를 사양했는데 두 살 아래인 남동생이 권유하였다고 한다
그 동생은 장금상선 회장님이다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주역이시다
고향과 문중, 모교를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모범이다

누님의 막내 여동생이 나와 초등 동기인데 오늘 친구의 장부님과 며느님, 손자와 함께 와서 잔치를 주관하며 반가움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