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에서 남쪽 들판으로 10분을 걸으면 돌부처인 석조여래입상(현지인들은 부처지라 부른다)이 도로에서 1~2분 거리에 있는데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이곳에 통일신라시대의 절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으니 안타깝다
돌부처님의 후덕한 인상이 차츰 세월에 풍화되고 있다
부처지에서 5분 이내의 거리에 영모재라는 제각 하나가 단정하게 문중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석물로 단장하여 종인들을 기쁘게 한다 이 산은 우리 대문중 산이라 문중 공동묘지를 조성하고 있어 부모님과 선조님들의 묘지가 있다
고갯 마루는 터널식으로 되어 있는데 위로 산짐승들이 다닐 수 있게 한 배려에 엄지를 세워드린다 이런 관심은 사소해 보이지만 자연보호의 아름다운 사례로 각인되고 있다
고개를 지나면 줄곧 내리막길이고 우측에는 현성산인데 호랑이 한 마리가 호구를 벌려 포효하는듯 하다 어마어마한 비탈 바위가 만든 형상에 처음 보는 과객들은 감탄을 토해낸다
길가에 작은 안내판 하나에 걸음을 멈추게 된다 정온 동계 선생이 국치의 수모를 당하자 강동 마을 본가에서 이 길을 지나 모리로 들어가 은거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1시간 정도 걸어서 마항마을 골목길을 지나 마을 회관 앞에 온다
회관 근처에서 사진을 찍으니까 한 노인이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자기 마을을 사진에 담으니까 궁금했던 것이다
"아,예, 그냥 걷는 사람입니다"
농산에서 걸어왔는데 운동삼아 마을 구경 삼아 좀 멋진 말로 힐링하려고 서둑들을 가로지르며 걷다가 수승대로 가서 용암정을 지나 농산마을로 돌아갈 예정이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속으로 별 희한한 사람이네라며 얼른 이해를 못할 것 같아서다 혼자서 무슨 짓이람......... 할까봐서다 하하

마항이란 마을명은 말고개란 뜻이다 장항은 노루고개고 시항은 감나무 고개, 갈항은 칡고개란 뜻이다
농산과 마항 사이의 얕으막한 고개를 이곳 방언으로는 말미기라고도 한다 거창 발음의 특징이다(병곡>빙기실)(면우실>미니실)(장백>장비기)
소박하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벽화 와 안내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웃음을 짓는다
이 마을을 면우실이라도 한다
우리 마을로 시집온 아지매 택호가 미니실띠기(면우실댁)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가 잠을 자는 마을이라면 이보다 평화스러울 수가 있으랴 이런 지명 하나조차에도 선인들의 휴머니즘과 이 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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