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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말벌에 쏘이다

 

 

단풍이 드는 앞 산에, 스스로 병풍산이라 일컫는, 오른다.

그제 내린 비로 바위는 미끄럽고 낙엽들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

이제 가을 산은 마르고 오그라들면서 서서히 비워낸다. 

적멸의 미학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움으로부터 시작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길없는 산을 오르는데

 

 

갑자기 벌 한마리가 눈 자위 아래에 독침을 꼽는다.

손바닥으로 치며 방어를 했지만 따끔하다.

벌이 머리 위를 빙빙 선회하면서 경고를 하여

가만히 자세를 낮추자 벌이 떠났다.

두 세발짝 앞, 땅 위에 있는 큰 말벌집에 벌떼가 우글거렸었다.

집단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며

곧장 귀가하여 읍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산중 생활은 이런 약간의 예기치 못한 위험은 당연하다.

몇년 새에 벌에게 쏘인 일이 세 차례, 뱀에게 물리지는 않아도 놀란 일이 몇 번

옻 칠을 하다 옻독에 감염되어 치료 받은 일이 세 차례다.

 

 

자연인으로서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일상이려니 한다.

산은 결코 인간만의 소유가 아니며

야생의 벌들도 자기 방어의 수단을 발휘한 것이다.

 

산에 대한 畏敬을 불러 일으킨다.

산은 인간의 운동장도 놀이터도 아니며 정복의 대상도 아니다.

산은 수많은 수목들을 키워내며

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는 어머니의 품이다.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의무와 배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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