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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군위 한밤 거리를 걷다

 

 

오늘 하루가 텅 빈다. 

정해진 목적지도, 매이는 일정도 없이 그저 발길 가는대로 가자.

아름다운 이 강산 이 산하를 周遊하는 나그네가 되어보자.

 

칠곡에서 한티로 팔공산을 넘어 군위 방면으로 자동차는 달린다.

부계면 남산과 한밤에서 빈 배낭을 메고

낯선 거리의 이방인이 된다.

 

 

 

 

 

 

大栗洞을 한밤으로 고쳐 부르는 마을인데

산수유 나무가 담장가에서 붉디붉은 입술로 길손을 반긴다.

저 선홍색이라니, 단풍도, 붉은 감도 다 지고 없는 황량한 때에.......

거무튀튀한 담장, 차츰 잿빛으로 풍경에 이 얼마나 선정적인가. 

그참! 노인들 일감도 되고 호주머니가 톡톡해지겠다.

 

 

 

 

 

자동차 도로가 아닌 골목길로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살아난다.

예전부터 돌무디기 마을이었을게다.

아마도 팔공산에서 큰 물난리가 났을테고 이 마을도 아픈 역사가 있었겠지.

돌담과 새마을 운동 노랫가락이 들리는듯 시멘트 담장이 마주 본다.

 

 

 

 

 

 

이 마을에는 전통의 위엄이 곳곳에 스며있구나.

마을 복판에는 느티나무, 소나무 숲이 당당하게 어깨를 세우고

위엄과 권위를 내세우면서도 지나는 길손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손강 홍천뢰 장군의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왜군과 싸운 기념물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호주머니에서 불거진 송곳 같은 말인지 모르지만

자기 조상이 무슨 벼슬했네 자랑말고

멸사봉공했던 선조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라고.....

 

 

 

 

 

전통은 결코 진부하거나 낡은 것이 아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고 미래의 길을 찾아야 하리.

 

 

 

 

이 마을에는 무언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기운이 살아있다.

전통의 얼을 살리고 소득 증대를 위해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슬기로운 협동정신이 엿보인다.

 

 

 

 

 

 

 

 

 八자 형상의 조형물을 세우고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솟대를 올리고

측면에는 한밤의 특산물을 홍보하기도 한다.

 

 

누구의 작품인지 멋지다.

남산 마을의 석굴을 연상하는 것도 내 자유다.

 

 

 

 

 

 

삼존석굴 앞에서 학소대에 깃든 돌부처님을 바라본다.

제2의 석굴암이라니 .....

혹시 한 때 부처님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돌아앉은 적이 없었을까?

장삿군들의 원조 논쟁이 판을 치는 세상인데

제2의 석굴암이 된 부처님의 자비에 합장한다.

 

 

 

 

 

 

 

 

 

저 부처님 얼굴에 피어나는 엷은 웃음은

중생들의 영원한 희망이요, 빛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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