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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보문호 산책

 

경주 보문 호숫가를 걷는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사방으로 빙 둘러가며 길을 내고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제 품에 담으며

사람들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인다.

 

 

 

며칠 전부터 이벤트처럼 다시 시작한

100일 1000km 걷기 운동

걸으면서 누리는 마음의 평화와 비움의 축제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아, 주체성, 자존을 걸고

나 자신과 굳은 약속을 하며

이 이벤트가 주는 달콤한 보상을 떠올린다.

 

 

 

 

보문호에서 눈이 호사를 한다.

이런 곳에서 며칠을 걸으며 충만해지고

즐거움을 누리는 복된 삶에 감사한다.

 

눈만이 아니다.

발걸음은 수고를 하지만 健脚이 되고

 

마음은 자유롭고 평화로워진다.

 

 

 

 

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세속의 번뇌를 가라 앉힌다.

내 마음도 저 잔잔한 수면 같이

유혹에서 흔들림이 없이 잔잔해기를......

 

 

 

 

보문단지는  도시적인 세련미와 우아함을 갖춘

건축물들과 휴양 시설로서도 손꼽히지만

자연적인 아름다움으로도 손색이 없다.

관광 경주의 배후 휴양지로서 경주의 자랑이다.

 

 

 

 

 

보문호는 거대한 인공 호수다.

호수에 담기는 저수량도 어마어마하지만

아름다운 눈과 감성을 지닌 예술적 소양을 지닌

전문가가 설계한 하나의 작품이다.

 

안압지처럼 전체 윤곽이 한 눈에 담기지 않는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굴곡이 멋진 호수 한 켠에

오리배 역시 배의 기능성보다는 상징적 의미로서 더욱 다가온다.

 

 

 

 

 

맞은 편에는 현대식 호텔들과 각종 건축물들

반대편은 자동차 도로와 자연적인 풀섶이다.

 

 

 

 

이런 아름다운 명소를 돈 많은 관광객들만

누린다는 것은 증오의 논리다.

나는 지금 돈 몇 푼 없어도

많은 돈으로 누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내 경쾌한 발걸음

내 충만한 자유와 비움

아름다운 고전 음악이 이끄는 평정심이 있으니....

 

 

 

 

동일한 장소에서 카메라의 각도 같은 기술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나듯이

 

우리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해서

이 세상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이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데 90분이 걸린다.

이 코스를 한바퀴 도는 일이 목적도 아니다.

나는 그저 지금 여기서 존재하는 것이리라.  

 

 

 

 

발걸음을 멈춘다.

오리들의 평화와 자유를 바라보며.......

 

 

 

 

유흥과 환락으로 넘치는 관광지의 이면마저도

천박한 자본주의의 배설물 까지도 

호수에 얼굴을 씻고 정화 시킨다.

 

 

 

벗꽃 계절에는 일시에 지는 벗꽃의 장엄함으로

인파가 밤낮이 없이 출렁이지만

둘레길을 걷는 이들이 의외로 적은데 놀란다.

여유가 없을 것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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