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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冬貧居(동빈거) - 자신과의 약속

 

 

스스로 冬貧居(동빈거)라며 빙그레 웃는다.

冬安居에서 借用한 용어인데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동안거는 승려들이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修道하는 일을 일컫는다.

 

 

 

 

 오늘은 월성 황점에서 재를 넘어 영각사 입구까지 왕복한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해발 700미터로 포장 도로지만 가파른 편이다.

오늘은 황사 현상으로 멀리 덕유산 능선들이  뿌옇다.

 

 

 

 

올 겨울에는  마르고 비우는  꽃처럼, 裸木처럼 살고 싶은 것이다.

언 땅,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걸을 것이다.

길을 걸으며 앙상한 겨울 나무처럼 꿋꿋해지며 인내하리라.

길을 걸으며 수척해질 것이고 자유로워지고 깊어질 것이다.

 

 

 

 

 

 

동빈거 중에는 스스로 가난해지리라 자신과 약속을 한다.

가난은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지 않는 것이리니

가난으로 가는 길의 첫 걸음은 배가 고파야  할 것이다.

탐욕으로 가득찬 배부른 돼지가 될 것인가?

위장 하나 제대로 비우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는 용서할 수 없는 것.

기름지고 풍성한 먹거리의 유혹에서 해방 되어야 하리라.

사람이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면 구입하지 않으리라 약속을 한다.

 

 

 

 

 

 

동빈거를 지내면서  내면 세계를 돌아보는 일에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말 것이다.

그리하여  영혼에 혼합된 보석을 찾아내 정제(精製)해야 하리라.

나를 살피고 살펴 세속의 잡사에 물들지 않게 하며

남이 보지도 듣지도 않는 곳에서  자신을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것을 더욱 엄숙하고 공경스럽게 하며,

혼자만 있는 은밀한 곳에서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살피는 일을 더욱더 정밀하게 해야하리라.

 

 

 

 

 

 

동빈거는  이미 구체화되어 실천되고 있다.

오늘이 17일째다.

 

기간 : 100일간

걷기 : 하루 10Km 기준(2시간)

식사 : 기존의 절반

 

 

 

 

 

 

매일매일 걸은 곳과 시간을 기록하고

음식을 체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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