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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박주가리의 비행 - 내계에서 수망령으로

 

 

내계폭포에서 수망령까지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늘은 모처럼 동행하는 아내가 있어

쉬엄쉬엄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눈을 제설차량이 치웠는데도 그늘진 곳에는

얼음이 녹으며 조금 미끄럽다.

 

 

 

 

 

월성의 내계 계곡은

고산준령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냇물에다가

자연 그대로의 淸淨無垢한 산의 풍경들과

생태계가 잘 보존되는 지역이라 외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많은 전원주택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망령으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남덕유산 등줄기가 장엄한 병풍처럼 드리우고

금원산, 기백산,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들이

두어 시간 걸음 코스 안에 있는 곳이다.

 

 

 

 

 

걸음을 최대한 늦추며

살포시 내린 눈으로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채

헐벗은 풍경들에 담긴 겨울산의 서정을 음미하며,

 

꿋꿋하게 겨울을 나는 나무들의 이름들을 불러 보며,

조릿대 그 앙증스런 해맑음으로 반겨주는

봄날씨처럼 포근해진 꼬부랑 길을 걷는다.

 

 

수망령 쉼터에서

용추계곡으로 가는 尋眞洞 골짜기를 바라보며

영남제1의 동천이라 불리는 안의3동의

한 주요 지점에 서 있음을 즐거워한다.

 

 

 

 

내려오는 길 들판에서

자유 비행 중인 박주가리를 바라본다.

 

마를대로 마른 잿빛 길쭉한 씨앗 하나를 품은

부드러운 하얀 솜털 비행선이 날고 있다.

욕심이라고는 추호도 없는 듯

가벼운 바람을 타고 

신천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벌써 몇 번이나 착륙했다가

또 다른 곳으로 향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안된다는

치열함도 절박함도 모두 비우고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진 채

유유히 고요하게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