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바탕에 빨강 줄이 그어진 낡은 버스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남산동 주막집을 돌아 고개를 내밀자 가슴은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놓칠까봐 형의 쥔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차창으로 황토먼지를 뒤집어 쓴 가로수가 휙 다가왔다.
어지러워 시선을 좀 더 먼곳으로 돌리자
이 번에는 시커먼 전봇대가 줄을 매단 채 앞으로 휙~ 쓰러졌다.
세상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기사, 아재요! 잠깐만 세워 주이소. 우리 동생이 멀미할라 캄미더"
형의 다급한 외침에 끼~이~익~ 쇠소리를 내며 버스는 멈춰섰다.
형이 다급하게 열어 준 차창에 고개를 내밀고 그만 토를 하고 말았다.
자갈길을 털털거리며 수승대를 지나고,
꼴딱거리며 강정모리 돌아,
신작로를 마구 잡아 삼키며 달린 끝에 용수막 막내 고모집에 다달았다.
난생 처음 탄 북상행 버스의 추억은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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