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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木花 - 시계꽃 완성

 

나무로 꽃 한송이를 피우려 한다.

작년에 경주 동궁원 식물원에 가서 처음으로 보았던 아름다운 꽃인데

그 인연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시계꽃(passion flower)

화려한 디자인과 현란한 색채로 온실에서도

뭇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미모의 외국의 영화 배우 같은 꽃이라고나 할까.

 

눈이 자주 가는 곳에 꽃 사진 인쇄물을 두고

며칠 째 바라보며 유심히 살핀다.

둥근 벽시계처럼 열장의 잎은 마치 벽시계의 12시간을 표시하는 눈금이고

그 위로 수술이 마치 60분을 표시하는 눈금이고

정 중앙에서 시계 바늘이 사방으로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듯 하다.

 

 

 

 

 

 

솔로몬의 영화가 이보다 화려할 수 있으랴!

순결한 흰 카펫을 둥글게 깔아놓고 무도회를 펼친다.

온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무대다.

이 무대를 꾸미기 위해 연출가는 숱한 영감들을 떠올렸으리라.

 

천하 제일의 미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뭇 사내들이 둥글게 도열해 있다.

세계에서 모여든 사내들은 저마다 넘치는 생명력과 구애의 몸짓을 보낸다.

 

무도장에 흐르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대자연의 만물은 저마다 고유한 소리를 가진 악기다.

바람이 휙 불어 나뭇잎들 흔들거나. 푸드득 거리는 새들의 날갯짓,

개울에 흐르는 물소리들이 어우러진 교향곡이 아스라히 들려온다.

 

무도회의 율동이 흐른다.

환희와 열정이 넘치는 축제의 마당이다.

 

 

 

 

 

 

생명을 창조하는 원천은 사랑이다.

꽃은 음양이 화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 시키는

오묘하고 신비한 이치가 드러난다.

 

꽃의 음양은 암술과 수술이다.

상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이름다움이나 용기와 지혜 같은

우월성을 최대한 신장 시키려는 의지는

보다 우수한 종의 DNA를 전하여 진화하게 되리라.

 

꽃이 핀다.

꽃이 핀다.

그 사랑의 결실로 씨방에 가득한 생명체들이

원기왕성하게 저장되어 있으리라.

 

 

 

 

나무로 꽃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부드럽고 섬세한 꽃을 표현해 내는데는

종이나 천이 많이 이용되어 온다.

 

강하고 단단한 나무로 어떻게 꽃을 만들까?

 

소재는 다릅나무를 기본으로 하고

크기는 70cm * 70cm 정도로 잡아본다.

만들어서 외벽에 걸어두면 좋겠다.

 

 

 

 

시계의 눈금 같은 열장의 잎과 가운데 씨방 부분을

다릅 원목으로 배치해 본다.

 

껍질이 붙은 채로 사선 형태로 길쭉하게 자른다.

커피색을 띤 나무 색깔이 품격 있는 가구의 색이라 좋다.

환도로 잎의 가운데 부분들을 파내서 자연스런 느낌을 갖게 한다.

가장자리의 흰 부분은 최대한 살릴 것이다.

 

 

 

 

시계꽃을 검색해 보니 종류가 매우 많다.

실제 모습과 흡사한 사실성보다

꽃의 특징을 살리는 쪽으로 만들어 본다.

 

꽃의 암,수술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

층층나무 가지치기 한 부분을 활용한다.

 

 

 

 

 

 

 

 

이제 기본적인 꽃의 구조물은 갖추었다.

그러나 아직도 해야 할 작업은 많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작업들이지만

'無用의 用'이란 귀절을 되뇌인다.

 

 

 

 

오늘 오전 작업이다.

사포 작업과 연결 작업이다.

 

 

 

 

 

 

시계꽃을 완성하여 주택 현관 입구 외벽에 건다. 

서울 손님들(벽공선생님 우인 모임)의 방문을

환한 미소로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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