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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관솔 향에 취하며

 

 

관솔을 산채하거나 가공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섬광처럼 많은 스쳐가는 단상들이 있다.

 

나무를 다루면서

나를 돌아보고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목공예나 서각을 하며 

고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무념무상을 체험하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선적인 체험이랄까?

 

 

산에서 고송의 그루터기 하나를 캐내며

현장에서 얻은 글 한 줄을 회고하며

적멸(寂滅)의 미학을 예찬한다.

 

 

 

 

 

                                       그루터기

 

 

 

나무의 그루터기 하나

따가운 햇볕에 삭고

서러운 별빛에 문드러진

그러나 한 세월을 풍미하던

영화롭던 궁전 외기둥

 

 

내 가벼운 발길질에

부서지며 나자빠지고

 

갇혀서 눌려 있던 시간들이

세월의 먼지를 훌훌 털어 버리고

우루루 쏟아진다.

 

 

폐허의 큰 법을 향한 순례자

이제 전체투지(全投地)하며

아늑하게 제 몸을 눕힌다.

 

 

 

 

소나무 향이 가득한 대형 관솔

목선반 작업을 하여 안을 파고

그 위에 아크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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