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춘설

 

 

 

蠢動(준동)!

한자어의 짜임을 보고 무릎을 탁 치며 빙그레 웃는다.

봄 춘 아래에 벌레 충 두마리니......

봄이 오는 땅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이 아니던가?

 

봄이라는 자연의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미물들이 암암리에 회동하고 작당하는 미세한 움직임이다. 

 

그래서 2월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기다림의 걸음이었던 것인가?

 

 

 

 

3월은 약동의 계절이다.

躍動약동이라.

이제까지 미미하던 땅 속의 搖動이 지상으로 올라온다.

준동의 기운은 이제 약동으로 전환한다.

 

자연의 질서는 얼마나 정교하고 신비적이던가?

내적인 꿈틀거림이 외적인 구체적 사물에 반영되어 발산한다.

 

躍은 새가 날개를 펴고 걷는 글자다.

새가 날개를 펴고 나뭇가지를 옮겨다니는 다리는 얼마나 생기가 넘치는가?

 

개구리가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생강나무 눈들이 퉁퉁 부풀어 오르고 있다.

 

겨울잠에 든 것 같은 이웃집 독거 노파의 문이

간간이 열리기 시작한다.

  

 

 

 

3월 중순에 눈이 내린다.

지난 겨울의 낭만을 회고하려는지

대숲이 눈을 홈빡 뒤집어 쓴채 가지를 축 늘어뜨린다.

 

 

 

잎이 진 빈 가지에 눈꽃이 활짝 핀다.

비어 있기에 피어나는 雪花는 가슴에 파고드는 감동이다.

 

아무 것도 지니지 않는 빈 가지는

우리보고 그렇게 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대지는 妊婦  (0) 2014.03.19
노각나무와 느티나무를 심으며  (0) 2014.03.15
동빈거 80일  (0) 2014.02.26
나무를 심다  (0) 2014.02.25
동화의 나라로 이끄는 눈  (0) 2013.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