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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나무를 심다

 

 

멀리 완주군 구이면의 한 묘목장을 찾아간다.

2012년 첫 방문 후 두번 째 방문을 하자

농장주인 정현갑 님 - 아내의 초등 동기생,이 싱그런 웃음으로 반긴다.

 

만평이 넘는 토지에서 수목을 기르는 그는 부지런한 농부다.

작은 씨앗을 싹 틔우고, 어린 묘목을 접 붙이고, 꺾꽂이 하는

농업 기술자나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장 경영자라기 보다는

땀흘린대로 거둔다는 철칙을 가진 진실한 농부다.

 

 

 

 

 

 

논이나 밭을 임대하여 만든 묘목장은

춘삼월 직전이라 겨우내 얼었던 땅은 풀리고 향기를 머금고 있다.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겨드랑이에서 찬 기운이 아직은 매섭다.

 

초목을 품은 대지는 이제 품을 열고

긴 겨울을 견디느라 쇠잔해진 수목들에게 젖을 물린다.

 

 

 

 

나무는 제 발로 걷지를 못하니

이번 완주행은 '나무의 다리'가 되는 여행인 셈이다.

운명이 정한 곳에서 붙박이가 되어 평생을 유순하게 살아가는

나무가 내 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한다.

 

 

 

 

 

이제 이들은 내 사색의 뜰에 정착할 것이다.

곤줄박이가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고

달빛에 우듬지가 흠뻑 젖으며

내 소요하는 발걸음 소리에 귀를 곤두세울 것이다.

 

 

 

 

 

액티언 자동차 트렁크에 수목들을 가득 싣는다.

꽝꽝나무 6그루, 주목 5그루, 누운 향나무 5그루,

박태기나무 5그루, 라일락6그루 모두 27그루다.

 

나와 동행이 되어 살아갈 나무들을 정성껏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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