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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삽질하세 삽질하세

 

 

밭 가장자리 돌 어더랑(언덕)에서 활개를 치며 뻗어나온 가시덤불이

가지마다 수많은 잔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제 영역을 지키려는 정당 방위의 수단이라 미워할 수도 없지만 기세가 너무 등등하다.

 

작년 한 해를 묵혀두었는데 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땅 밑으로 첨병들을 보내 밭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괭이로 땅을 헤집자 드러나는 지하망이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가시덤불 밑에 웅크려 가지 밑동을 잘라낸다.

가시 덤불에서는 극도로 조심하면서 몸을 낮추는게 지혜로운 일이다.

 

 

살아가면서 걸리고 넘어지며  고통스러운 가시밭길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정이다.

언뜻 떠오르는 ‘예수님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시다.’ 기도의 한 귀절

가시밭을 피하지 않고 인류의 구원을 위해

스로 가시관을 쓴 성자의 거룩함에 고개를 숙인다.

 

 

 

 

 

삽질을 한다.

삽의 한 쪽 귀를 다리로 힘껏 눌러 땅 속으로 찔러 넣는다.

다져진 기존의 흙덩이를 파내 뒤엎어 버린다.

 

 

지상에 뿌리내린 잡초들은 뿌리가 끊기고 지하로 곤두박질하며 생명을 잃을 것이다.

지하에 눌려 있던 흙이 지상으로 나오며 탄성을 내지르며 코를 벌름 거린다.

봄의 향기와 약동하는 기운을 받아 활력이 넘친다.

 

 

삽질은 천지개벽이다. 혁명적 전환이다.

한정된 부분이지만 지상과 지하가 서로 교체된다.

서로 이웃하며 오랜 기간동안 유지된 관계가 일시에 해체된다.

 

 

“기득권은 없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버려라. 혁명군의 지엄한 명령이다.

이 밭은 이제 씨 뿌리는 자의 몫이다.

우리는 유토피아를 향해 진군하는 혁명군이다.“

 

 

조직의 활성화를 기하기 위해 기존의 관계에 새 바람이 투입된다.

새 학년이 되어 반 편성을 하면 설레임과 긴장감이 혼재하는 신학년도처럼......

땅에 신선한 바람과 생명의 향기를 불어 넣어야 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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