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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땅에서 파내는 명상(음양오행)

 

 

춘분이다.

아침에는 점프를 입은 채 일을 시작했지만 두어 시간 지나자 겉옷을 벗고 삽질을 한다.

 

순환하는 절기를 몸으로 가장 체감하는 것은 농사를 짓는 일이리라.

땅을 파는 단순한 노동은 나를 명상으로 안내한다.

몸은 힘이 들어도 머리는 맑아지고 마음은 순수해진다.

 

 

 

 

 

우주 만물의 운행 질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순환의 원리가 그 바탕에 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이 지나자 포근한 봄이 到來한다.

음과 양이 교차하는 것이다.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하니 양의 기운이 생기는 오묘한 자연 현상을 깨닫는다.

 

 

 

 

 

 

가을과 겨울은 陰의 계절이다.

가을이 陰中之陽이라면 겨울은 純陰이다.

봄은 陽中之陰이라면 여름은 純陽이다.

 

 

지난 가을 낙엽이 성하던 초목들이 서서히 시드는 것은

우주천지 간에 陰의 기운이 도래함이었다.

 

음의 기운이 심해진 겨울에는 얼음이 얼고 바람이 칼처럼 살갗을 후비며

사람들은 집에 틀어박혀 죽은 듯이 지낸다.

 

 

지난 해 11월 말 부터 자연의 운행 질서처럼 마르고 비우며 살고 싶었다.

깊은 겨울에는 얼어가는 강을 오랫동안 거닐면서 내 안으로 침잠했었다.

강둑길을 하염없이 걸으며 과거를 회고하는 걸음은 느리고

내 은발이 낙조의 바람결에 나부꼈다.

슬프고 고독한 노래를 들으며 걸었었다.

 

 

 

 

봄은 양의 기운이 시작하는 시기다.

이제 사람들은 걸어둔 빗장문을 열고 활동을 시작한다.

 

靜에서 動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자 시냇물이 흐르며 노래를 한다.

제 둥지에서 바깥 세상을 빠꼼히 내다보던 새들이 나래를 펴고 창공을 비행한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봄의 벽두에는 학교가 새롭게 문을 연다.

개나리 노란 움이 실눈을 뜨고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묘목 시장에는 노란 움을 손수건처럼 가슴팍에 단 묘목들이

마치 입학식처럼 나무 시장에 질서 있게 도열해 있다.

 

 

 

 

 

밭을 일군다. 삽으로 땅을 파고 곡괭이로 깊이 박힌 돌을 파낸다.

새싹이 돋고 어린 나무를 심으며 한 해가 시작되는 봄은 오행의 木에 해당한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은 당연히 오행의 火에 해당된다.

곡식을 수확하고 낙엽이 지는 가을은 오행의 金이요,

찬바람 휘몰아치는 겨울은 水에 해당된다.

 

 

 

木은 한 방향으로 집중해서 나아간다.

땅에 초목을 심으면 뿌리를 내려 전후좌우로 뿌리를 튼실히 내리고

지상부에도 가지가 생겨나 뻗어나갈 것이다.

땅 속에 박힌 돌은 나무의 직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차단할 것이다.

 

 

삽을 땅에 찔러 넣자 삽을 가로막으며 돌에 부딪히는 날카로운 쇳소리.

이 차갑고 단단한 성분이 연약한 식물의 성장을 방해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금을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했던가?

즉 쌀쌀하고 매서운 기운을 가져서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결국 衰(쇠)하게 만드는구나.

한여름 장마철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풀들의 왕성한 기운이 가을 찬바람이 불자

시에 소강 상태로 들어 기운이 쇠잔해진다.

 

 

 

 

 

아! 金은 木을 剋하는구나. 金剋木의 이치를 현장에서 깨닫는다.

곡식을 기르는 이 밭은 어디까지나 木의 입장에서 木의 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뿌리가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는 걸림돌들을 숱하게 캐낸다.

돌덩이들을 제거한 밭은 부드러운 모성애를 지닌다.

강하고 차가운 금은 생명을 품지 못함은 자명한 이치다.

 

 

흙을 뒤집어 쓴 막돌들을 들어 흙을 털어내고 한참을 바라본다.

천지가 창조되기 이전의 혼돈의 상태를 無極이라 한다.

이 무극이 어떤 힘에 의해 분화되어 음과 양의 양극단으로 갈라지고

다시 음양에서 四象(火, 水, 木, 金)으로 갈라지게 된다.

 

그러던 것이 사상에 土라는 요소를 첨가하여 오행이 만들어진다.

土는 四行 즉 火, 水, 木, 金 네 성분의 상호 대립을 통일시키거나 견제하는 것이다.

토는 그 자체로는 별 특성이 없지만 여러 요소들을 서로 어우러지게 하고 조절하는

中和의 성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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