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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4월의 마지막 뜰에서

 

오늘 하루가 텅 비어있다.

 

내 발길이 가는대로

내 눈길이 닿는대로

내 손길이 미치는대로 

 

내 마음이 끌리는대로

逍遙하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고

호젓한 幽谷처럼 고요해진다. 

 

 

뜰에 꽃들이 다투듯 피어나는 지금 이 순간

가득히 피어나는 환희와 기쁨에 감사한다.

 

감성의 섬세한 촉수를 내밀어 보라.

달팽이의 끈적끈적한 촉수로

향기의 유혹에 빠진 견공의 후각으로

이 황홀한 아름다움을 누리리라. 

 

 

 

 

 

무딘 감성을 자극하려고

통나무를 도끼로 자르고 자귀질을 온종일 하며

금낭화 꽃송이를 만들었었는데......

 

어느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여인의 입술인가

연분홍 가슴을 열고 사랑을 약속하는가?

연분홍 연정을 마음의 문에 매달고 그리움을 토로하는가?

 

 

 

 

 

화사한 웃음, 밝고 경쾌한 표정으로

봄을 노래하는 패랭이다.

 

 

 

 

제 마음껏 타고 오르게 장대를 세워주었더니

어름 잔가지마다 무수히 많은 꽃들을 피운다.

어름 향기가 온 뜰에 퍼진다.

 

 

 

 

흰 솜털이 송송한 잎이 우산 살대가 되어

집단적으로 우산을 펴들고 있다.

그 안쪽 가장 그늘진 곳에 들어가면

세속잡사가 모두 잊혀지리라. 

 

 

 

 

 

해마다 피어나는 진달래꽃이라고 어찌 같을 수 있으리오.

하물며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타인이 바라보는 꽃과 내가 바라보는 꽃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늘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다.

해맑은 진달래의 볼에 내 볼을 부비며 봄의 향기에 취한다.

 

 

 

 

 

넘치는 활력으로 다른 나무를 휘감고 끝없이 뻗어나가는

다래나무 덩굴은 집요하고 에로틱하다.

 

나는 언제 그런 사랑 한 번 해 보았는가?

自問해 본다.

 

 

 

 

연산홍을 심을 때 인부들이 심어준다는 것을 사양하고 직접 심었었다.

돌 틈 사이로 기계적으로 배치하는 것보다

마치 야산에서 바람이 불어 제 멋대로 자란 것처럼 보이려고

어떤 곳에는 빽빽하게 어떤 곳에서는 드문드문 심었다.

 

언젠가 그림쟁이들에게 들은

소소밀밀(簫簫密密: 성긴 곳은 더욱 성글게 하고 빽빽한 곳은 더욱 빽빽하게 하는 것)의 원리를

현장에서 활용한 사례다.

 

 

 

 

무늬둥글레 줄기가 초롱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마치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인지.....

 

창원에 사는 여자 친구가 제 꽃동산에서 몇 포기를 뽑아주며

'꽃 피면 내 생각해'라며 빙긋이 웃던.....

 

 

 

 

 

이른 아침 이슬에 함초롬 젖은 꽃이

다갈색 저고리를 입고 청순한 입술로

오매불망(寤寐不忘) 태양을 향하던 소녀가

 

속절없는 시간 앞에 흰머리칼을 날리며 시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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