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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진달래

 

 

춘흥을 부르는 봄바람이

가는 허리, 사뿐한 걸음으로

이 계곡 저 계곡을 흔들어대면

부스스 눈을 뜨고 심란해지는 마음에

초목들은 저만의 빛깔과 형상과 몸짓으로

나들이 준비를 한다.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매달기 위해

밑동에서 가녀린 줄기들을 뽑아올린 것인지

연분홍 입술에서 속삭이는 고혹적인 연가들은

골골에 퍼져가는 사랑의 바이러스인가.

 

 

 

 

 

 

사람들의 발걸음 잘 닿지 않는 마을 동산 으슥한 곳에서도

다가가면 편안하게 맞아주는 선남선녀 같은 꽃

어쩌다 불쑥 그리워지면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고모 같은 꽃

 

 

 

 

 

 

참빗으로 머리 빗고 댕기를 곱게 매는

나들이 치장하는 시골 처녀의 볼에 배어나오는

연분홍 수줍음이요, 思春의 연정이다.

 

 

 

 

 

뭇사람들을 유혹하는 향기도, 화려한 용모도,

부잣집 뜰에 초대받을 화려함도 갖추지 못했지만

민족의 질곡의 역사, 천대받던 고난의 세월을 함께 하며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던 꽃이기에

진달래는 우리 민족의 정한이 담긴

아늑한 고향의 품에 피는 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회고하는 애틋한 향수

꽃을 먹거리로 여기던 절대 빈곤의 애잔한 추억이 담긴

꽃중의 꽃, 참꽃이 아니던가.

 

 

 

 

 

진달래 엷은 미소가 진다.

그리움으로 남기 위해

꽃으로 피었던 짧은 영화를 떨군다.

그리움은 마음에 담아두고

기다리고 염원하는 것이리라.

 

 

 

불현듯이 진달래 꽃이 보고파서

우의를 걸치고 뒷산으로 오른다.

비에 젖은 가지에 남은 몇 잎도

이번 비에 스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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