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봄비에 으아리 망울들이 꽃을 피워낸다.
윤택한 잎들이 풍성하게 가는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서
생명의 넘치는 정기를 발산하며......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아침 일찍 뜰에 나가서 오늘은 피우려나, 오늘은 피우려나 기다렸었던.....
저 軟米色 꽃들은 알까 모를까.
개화의 순간을 한 여인과 함께 지켜보려는
質樸한 이내 마음을........
회갑이 되어서도 이 뜰에 정착하여 安樂을 누리지 않고
혼자 사는 집이 넓을 필요가 없다며 코딱지 같은 집을 세내
高齡이 민망함이 되는 새태를 탄식할 겨를도 없이
교단에 달라붙은 따개비가 된 모성애가 강한 여인
그녀가 머무는 2박3일의 거창행을 반기는
마음의 선물로 기다리던 꽃이다.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던 유년시절처럼
그 기간에 개화하는 으아리 꽃을 함께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으아리꽃을 친구의 정원에서 몇 포기 받은 후부터
야산 가장자리의 덤불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다.
봄날의 길섶에서는 두리번 거리며 가슴 설레이며
발걸음 밑을 근신하듯 걸으며 살피듯 길을 걷는다.
고결한 꽃이다.
화려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 잡는 강열함보다는
야산 한 켠에 피어 진실한 마음이 담긴 이 꽃을
결혼하고 서른 네해가 되는
올해 회갑을 맞는 한 여인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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